회사의 연간 offsite(원래의 장소에서 떨어진~ 등의 의미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회사의 HQ가 있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한 주 정도 머무르게 됐다. 비행편을 알아보니 솔트레이크시티까지 직항이 없어 이번 기회에 환승하는 샌프란시스코를 이틀 정도 둘러보고 이동하기로 했다.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며 여행기와 offsite 후기를 글로 담아본다. 사진은 후첨하기로...
샌프란시스코 여행
샌프란시스코 여행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서 계속 골골거리는 상태로 이틀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좋은 경험들이 많았다.
악명 높은 유나이티드 항공, 실제로 타보니...
회사에서 비행편과 숙소를 제공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아마 색깔 때문인듯) 아시아나 항공 홈페이지에서 모든 비행편을 예약했는데, 원하는 시간대에 유나이티드 항공과 공동 운항을 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유나이티드 항공을 타게 됐다. 사실 꽤 걱정이 됐다. 위탁 수하물은 없었지만 서비스 면에서 좋지 않다는 후기를 많이 보았고 주변에서도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꽤 좋은 경험이었다. 다양성이 잘 보장되고 있는 승무원 구성을 보는 일이 좋았고, 기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내 시설도 매우 쾌적했다. 특히 일회용 목베개를 제공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아시아나에서도 없었다.) 10시간 반의 비행 동안 두 번의 기내식과 한 번의 간식이 있었는데 그것도 모두 좋았다.
아마 과거의 동양인 차별 사건이 악명에 한 몫 하는 것 같은데, 사회가 변하면서 이 회사도 변화했으리라 믿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첫 날 SF MOMA를 가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에 갔다. Bart(지하철)와 MUNI 버스는 쾌적했지만 거리는 듣던 대로 치안이 좋지 않아 보였다. 매 블럭마다 노숙자와 마약 중독자들을 볼 수 있어 짐을 들고 빨리 걸어야 했다. 다행인 건 Fisherman's Warf 근처 호스텔이 위치한 곳은 오랜 부촌 주거지역으로 안전하고 쾌적했다는 것. 아무래도 여자 혼자 여행하다보니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숙소를 추천해 준 지인에게 다시금 감사를...
2박을 했던 호스텔은 샌프란시스코의 거의 하이라이트였다.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었고 1박 6만원이라는 기적의 가격에 소박한 아침까지 먹을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지만, 청소 상태가 너무 깔끔해서 묵는 내내 쾌적하게 지냈다. 꼬불꼬불 언덕길로 유명한 롬바드 가가 가까워서 들러볼 수도 있었다.
첫 날 저녁을 먹으려고 들렀던 동네 라멘 맛집에서는 한국 패션에 푹 빠진 샌프란시스코 청년과 친구도 맺었다. 미국에서 즐거운 인연을 많이 맺었는데, 첫 시작이 되어 주었다.
SF MOMA
SF MOMA를 방문한 건 좋은 일이었다. 젊은이들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현대 미술관들과 달리 아기들부터 휠체어에 탄 노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었던 디에고가 현대 샌프란시스코의 화려함과 핍박받는 원주민/남아메리카 사람들을 대비시킨 벽화가 인상적이었다. (실력은 알아줘야 하는 사람...^^)
Muir Woods, Sausalito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있는 뮤어 우즈라는 2천년이 넘은 숲과 소살리토라는 해안 도시를 방문했다. 미국의 숲은 스케일이 달랐고, 곳곳에 귀여운 그림과 어린이 프로그램이 숲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친절한 동양인 아저씨가 먼저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소살리토에서는 풍경 뿐만 아니라 레전드 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처음 먹어보는 패티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 한국의 수제버거들도 엄청나게 맛있지만, 소살리토 나파 밸리 버거에서 먹은 수제 버거는 마치 스테이크 같았다 ㅋㅋ
솔트레이크시티 여행
솔트레이크시티는 (동료들도 입을 모아 말했듯) 지루하다. 마치 신도시 느낌이다. 하지만 그만큼 깨끗하고, 백인들이 대부분이며, 육아하기 좋은 곳이다. (유타의 출산률은 이미 유명하다.) 그래서 다운타운의 몰에 들러 여러 기념품을 사고 쇼핑하기 좋았다. 동료들은 하이킹을 했다고 했는데 맞는 신발이나 옷이 없어서 그냥 패스했다.
흥미로웠던 곳은 컵밥집 'CUPBOP'이다. 비보이 출신의 한국인이 유타에서 시작해 인기를 얻은 컵밥 체인인데, K-핫도그도 판다. 말 그대로 고기 토핑과 야채, 잡채 토핑을 한 컵밥인데, 로컬로 보이는 손님들이 굉장히 많고 평점도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한국인인 나에게 맛은 글쎄였다. 너무 짜다는 느낌 ㅋㅋ
offsite!
offsite의 주 콘텐츠는 이랬다.
- 팀 빌딩 이벤트(피자 파티, 방탈출 등)
- CEO 발표, 회사 관련 발표 등 청취
- 스케이트 보드 만들기 자선 행사
- 10주년 디너 파티
아무래도 가장 좋았던 건 우리 팀만의 이벤트였다. 팀 사람들은 슬랙 너머로 봤던 것처럼 친절하고 유쾌했고, 여러 번의 식사를 같이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입이 쉽사리 떼지지 않았는데, 점점 편안해지면서 내가 먼저 다가가니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유머, 향상심을 많이 배웠다. 우리나라 회사 문화에서 결여되기 쉬운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회사 현황, 계획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다. CEO가 격의 없는 용어를 써 가며 프레젠테이션 해가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덕분에 졸릴 틈 없이 자연스럽게 내용이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곧 올라올 PPT를 복습하며 확인해야 할 것 같지만, 확실한 건 우리 팀의 플랫폼이 회사 유저 aquisition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거였다. (CTO 왈: "We're screwed") 새로 개발할 기능도 이미 언급되었다.
그 외에도 모회사 CTO도 만났는데 그 역시 인도 이민자 출신으로 아시안들에게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 같아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For next time?
- 스몰 토크를 조금 더 연습해가자. 유머도 마찬가지. 학습의 영역!
- 삼각대는 챙기지 말자.
- 여행 내내 눈과 피부가 너무 건조해서 힘들었는데 아직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다음엔 안약이랑 팩을 미리 챙겨가야 될 것 같다.
- 체력을 좀 더더더 길러봅시다. 미국인들 진짜 튼튼해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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