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gramming/SSAFY

SSAFY 7기 1년 회고(2022.01 ~ 2022.12)

리버김 2022. 12. 4.

Unsplash celine_sayuri

SSAFY 7기를 마무리했다! 졸업 앨범도 찍게 해주셔서 담주에 한 번 더 역삼에 가야 하고, 수료증도 한 달 정도 있다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제 공식적으로 SSAFY생이 아니게 됐다. 종종 한 달 회고를 적고는 했지만 이제 정말 SSAFY 1년을 되돌아보는 회고를 적을 수 있게 됐다.

SSAFY를 시작한 이유

SSAFY를 마치고 정말 오랜만에 쉬면서 이제야 글이란 걸 쓸 수 있는 능력을 되찾은 것 같다. SSAFY 지원 과정을 적은 글에도 언급이 되어 있겠지만 SSAFY 지원이 오래 전부터 예정된 것은 아니었다. 학보사 - 기자단 - 인턴으로 이어지는 통상적인 기자 준비 과정을 착실하게 밟고 있었던 나는, 조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인턴을 마친 뒤 여러 데이터 저널리즘 강의나 python 데이터 분석 강의들을 들으며 데이터 분석 분야에 기웃거리고 있었다. 철학과에 다니면서 사회를 글로써 더 낫게 만들고 싶었고 글 쓰는 것 자체를 사랑했던 나는 기자가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오래도록 믿었고, 다양한 미디어에서 글을 써오면서 그런 확신을 더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의 메인스트림에 점점 가까워져 갈수록 정체되고 고착화된 언론의 논리와 구조 속에서 글은 되려 죽어간다고 느꼈다. 인턴 과정에서 스물 두 살 기자 지망생으로서 할 수 있는 거의 최대의 경험들을 했고, 좋은 기자분들도 많이 만났지만, 우리 언론 안에서 나의 글과 상상력은 점점 더 고루해져만 가 슬펐다.

아마 그래서 인턴 과정 중 데이터 저널리즘 어워즈와 같은 곳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술을 접목시킨 취재 기법과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분들을 보며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세계를 만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온갖 개발 부트캠프가 난립하고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이 각광을 받아 개발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개발을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인턴을 마치고서 기자의 꿈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기자단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었고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좋았다. 단지 하루하루를 반복적으로 지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직업이 나에게는 더 어울린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 때부터 개발 공부를 시작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철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내가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는 직업은 내 머리 속에 있지도 않았었다.) 다만 GA를 따고, 여러 데이터 분석 강의를 들으면서 데이터 저널리스트라는 꿈을 키워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직업이었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래를 그려보는 게 가능했다.

SSAFY 지원 시즌은 나의 마지막 학기였는데, 그동안 학과 공부와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해오면서 우선 기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것인지, 개발자로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뚜렷하게 깨달은 시점이었다. SSAFY에 지원해서 떨어졌다면? 아마 언론고시 준비를 계속해서 어느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연차가 점점 쌓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시도하고, 벽에 부딪치고, 또 다시 시도하면서 어느새 어떤 모습이든 시니어에 다다른 기자가 되어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SSAFY에 합격하면서 내 일상은 완벽히 개발자로의 길로 걸어 들어가게 됐다.

SSAFY 1학기: 개발 기초 쌓기

SSAFY에 합격한 기쁨도 잠시, 무지막지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SSAFY는 개발자 취업에 최적화되어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비전공자 기준으로 1학기에는 Python, 알고리즘(for 코딩테스트), HTML/CSS/Javascript/Vue를 속성으로 학습하게 된다. 범위가 넓어서 기초적인 내용들을 배우지만, 학습량이 많아서 거기서 뻗어 나가는 내용들도 스스로 공부 한다면 상당히 많은 양을 흡수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개인차도 생길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가볍게만 듣는다면 쉽게 넘길 수도 있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모든 배움이라는 것이 그렇듯 제대로 흡수하려면 뼈를 깎는 고통이 함께 한다 ^^

1학기동안 저녁 두 시간 정도를 빼고는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자리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었다. 아마 고3 이후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낯설고 어렵기도 했고, 너무 재밌기도 해서 그랬다. 다만 알고리즘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아서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최근에 뒤늦게 알고리즘 스터디를 하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django도 좋고 vue도 좋았지만 나는 유저와 보다 밀접한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고 싶었고, 나중에 그런 유저 경험을 살려 직접 서비스와 웹사이트들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1학기 후반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방학을 이용해 React 공부도 해 나갔다. 그러면서 SSAFY 기자단 활동도 했었다. 달에 두 번 기사를 쓰면서 나 스스로도 IT 지식을 의식적으로 찾아보게 되어 도움이 많이 됐었다.

1학기가 프로젝트 세 번이 진행되는 2학기보다 힘들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개발자가 되는 것이 정말 괜찮을지 각자의 고민이 있을 시기라 심정적으로는 더욱 힘들 수 있다. 하지만 6개월을 열심히 보내고 나니 개발자가 되기 위한 기초 준비를 마쳤다는 기분이 들었었다. (말 그대로 기초가 맞는 것 같다. 이후에 스스로가 원하는 커리어패스를 찾고, 그에 맞춰 본격적인 프로젝트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면서 개발자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SSAFY 2학기는 이런 과정을 위해 있다고 생각한다.)

SSAFY 2학기: 병아리 개발자가 되어보자

2학기에는 총 세 번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나는 세 번 모두 프론트엔드 개발을 맡으면서 Vue3, React, React Native, Typescript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두 번은 팀장을 맡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리드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개발하랴, 기획하랴, 디자인하랴 병행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재미있는 서비스들을 만들면서 수상도 하게 되면서 동기 부여도 적절한 때에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9시 출퇴근은 조금.. 무리였지만..^^

두 번째 프로젝트를 마치고부터는 조금 공격적으로 입사 지원을 했었다. SSAFY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고, 현업에서 실력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50개 정도의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한 것 같다. 대기업도 많이 지원을 했었지만 점점 스타트업 쪽으로 기울었었다. 왜 개발자 커리어를 서비스 기업 혹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선배 개발자분들의 다양한 조언들이 있다. 결국 개발자는 직업 자체의 안정성에 기대어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 직업이고, 환경 자체가 안정적인 곳에는 그만큼 발전 가능성은 적었다. 나는 이런 원칙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찾고자 했다.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마다 가치관이 다르지만, 개발자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면서 해외 취업, 1인 개발 등과 같이 커리어의 지평을 넓혀 가고 싶다면 꼭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처음부터 서류 합격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원티드 이력서를 30번은 넘게 수정했고, 수 차례 코딩테스트를 보고, 판교, 영등포, 마곡, 화상... 곳곳을 누비면서 면접을 봤던 시간들이 있었다. 한 번 면접을 볼 때마다 혼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성장의 발판을 얻을 수 있어 점차 면접에서 나를 잘 표현하고 담당자들과 잘 교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실전 경험의 중요성을 몸으로 깨달은 시간들이었다. 확실한 건 취업에는 정답은 없다는 것. 내가 떨어지는 이유가 내가 부족해도 아니고, 단지 나와 회사를 둘러싼 상황이나 지원자들과의 역학이 완벽히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험이 어떤 회사에서는 너무나 좋은 요소로 평가받기도 한다. 지원자들이 할 일은 꾸준히 이력서와 면접 답변을 점검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다양한 이력서/면접/커리어 조언을 참고하면서 점점 합격률을 늘려갔고, 십 수 개의 회사와 면접을 본 끝에 마침내 함께할 회사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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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FY 1년을 이렇게 축약할 수 있다니 스스로 놀랍기도 하다. 그만큼 1년의 과정이 의미 없이 반복적으로 보낸 시간이 아니라, 지금 개발자가 된 나를 만들어준 양식이었다는 의미 같다. SSAFY와는 어찌 보면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내 커리어를 완전히 바꿔준 인생 최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앞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성장할 내 모습이 기대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지만, 분명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나도 그려본다. 12월부터는 수습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일기로 돌아오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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