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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상반기 에이드런(a'dren) 교육 서포터즈 후기

리버김 2020. 3. 25.

 

7월 6일 수업에서의 K와 나

*2019년 타 블로그에 썼던 후기에 내용을 조금 더 추가했습니다

 

소나무장학회에서의 인연으로 에이드런에서 교육서포터즈로 아이들을 만난 지 1년 반 정도가 됐다.

2018년 동안은 은평구의 은평천사원에서 활동했고,

2019년 초부터 용산에서 머무르기 시작하면서 영락보린원 아이들을 만났다.

 

에이드런 교육서포터즈 활동은 미술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사회와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10명 남짓의 아이들을 한 분의 전문 강사님이 총괄하고,

서포터즈들은 강사님의 도움을 받아 각 아이들과 1대 1로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매달 수업 후 쓰는 일지에는 담당 아동과 나눈 대화, 발전 모습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이 기록들이 모여 각양각색의 패턴으로 탄생한다

 

아이들의 생각을 토대로 디자인 되어 실제 출시된 상품들을 에이드런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에이드런a'dren

with All the chilDREN, a'dren

withadren.com

'나는야 초록다람쥐', '행복한 설탕'처럼

색을 마주한 아이들의 꾸미지 않은 반응과 상상력이 담긴 패턴들이

지갑, 가방 등 다양한 제품에 녹아들어 있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을 거친 사람이라면 대부분

봉사활동을 하고 느껴지는 허무함 같은 것을 경험해 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꽤 많은 시간을 봉사활동에 투자하지만,

봉사 후 소감이라든지 생각해볼 점을 나눌 시간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 입학 후 한때는 일부러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일을 쉽게 시작하지 않았다.

새내기 시절은 그대신 다양한 관계와 집단을 경험하면서

호혜적인 관계를 만들고, 넓혀가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데 더 힘을 썼다.

봉사를 시혜적인 마음으로 시작하면, 연민 자체가 주는 자기 충족감에 빠지기 쉽다.

시혜적인 마음은 도움을 받는 이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거니와,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그렇게 봉사활동을 할 바엔 직접적인 금전적 지원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에이드런 서포터즈 활동을 처음부터 자의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무렵에도 이전보다는 훨씬 단단하고 긍정적 관계를 지향하는 내가 되었다고 느꼈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 자체가 존재의 연결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는 '왜 봉사활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였다.

이렇게 한 학기, 두 학기가 지나면서 점점 내가 왜 활동을 지속하는지에 대한 근거들을 쌓아갈 수 있었다

 

 

7월 수업의 수업 계획표

수업은 매 달 한 번이라 매 수업마다 이렇게 계획표가 올라와

수업에 들어가기 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수업은 강사분들마다 조금씩 구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먼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둘러앉아 강사님의 설명을 듣고,

그 다음부터 아이와 선생님들의 1대 1 수업이 시작된다.

7월 수업의 제목은 '돌이 살아있다면'.

보린원 앞마당에서 아이와 함께 나뭇가지, 돌멩이, 나뭇잎, 솔방울과 같은 자연물을 줍고,

교실에서 물감과 크레파스를 이용해 자유롭게 꾸미는 수업이었다.

 

K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애교도 많고,

자기 표현을 하는 것도 썩 좋아하는 친구였다.

덕분에 나도 다가가기가 조금 더 쉬웠고,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수업이 시작하면 빨리 재료를 받고 싶어서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거나 똥, 방구 좋아하는 건 똑같지만 ^^)

하지만 역시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거나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에는 조금 서툴러서,

매 수업마다 K가 좀 더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생각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나름의 과제였다.

 

 

 

완성한 K의 작품

 

K는 굉장히 많은 재료를 사용하기를 원해서, 풍성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지, 내 질문도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어서

자신의 생각을 확장해 나가려고 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태까지 수업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선생님으로서도 뿌듯했다.

 

 

 

다른 아이들의 작품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 있다.

 

보육원 봉사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시혜적인 태도로 일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함부로 약속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쉬워보이지만, 아이들과 유대를 쌓다보면 자꾸 좋은 말들을 해주고 싶어지고

신경쓰지 않으면 '다음달에 보자', '다음에 또 하자'와 같은 말들을 쉽게 하게 된다.

 

봉사를 통해 개인적인 충족감과 배움을 얻는 것은 좋지만

아이들의 일일 미술 선생님이라는 정해진 본분 안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항상 상기하면서 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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